Spoon | DJ ☽ 的頻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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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粉絲
⤜joa⤏
van
𝘎
이까밍
방송은 오는데 맨날 늦는 율꾸름'🐧
잔디◡̈ 🌱🐹🌤
⠀⠀⠀⠀⠀⠀B ⛅️
스푼의 노약자 청장국ű
Spooner1654167148
ű wangbae
貼文
답장을 기다리지 않고 썼던 편지들이 여름으로 돌아와 있었어요 비가 들이칠까 무서워 창문을 열지 못했고 어느 사이 그 마음들이 창밖으로 쌓여서는 우리는 그때 등을 맞대어 있었을까 혹 뒷걸음질 치다 맞닿았던 걸까요
답장을 기다리지 않고 썼던 편지들이
여름으로 돌아와 있었어요
비가 들이칠까 무서워 창문을 열지 못했고
어느 사이 그 마음들이
창밖으로 쌓여서는
우리는 그때 등을 맞대어 있었을까
혹 뒷걸음질 치다 맞닿았던 걸까요
우린 취한 채 볼은 발갛고 가만히 누군가 쥐었다 흔든 세상처럼 눈 내리는 성탄절 가로등이 비춘 곳마다 잠시 멈춰진 풍경 그 아래 선 당신은 오르골 속 순록 같아 그러니까 사랑한다는 것은 기꺼이 약자가 되어 보이겠다는 것 서랍처럼 굳은 무릎을 접어 곁에 앉거나 팔짱을 낀 채로 볼을 붙이고 싶어 야단이니까 류이치 사카모토의 선율은 손 등 위로 내려앉아 이내 체온에 녹아버리고 실은 보고 싶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그러니깐 메리 메리, 크리스마스
우린 취한 채 볼은 발갛고
가만히
누군가 쥐었다 흔든 세상처럼
눈 내리는 성탄절
가로등이 비춘 곳마다
잠시 멈춰진 풍경
그 아래 선 당신은 오르골 속 순록 같아
그러니까 사랑한다는 것은 기꺼이 약자가 되어 보이겠다는 것
서랍처럼 굳은
무릎을 접어 곁에 앉거나
팔짱을 낀 채로
볼을 붙이고 싶어 야단이니까
류이치 사카모토의 선율은
손 등 위로 내려앉아
이내 체온에 녹아버리고
실은 보고 싶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그러니깐 메리 메리, 크리스마스
제가 부르는 노래를 들으며 그리셨다는 달🌝 반드시 차오르고 마는 둥근 달처럼 모두가 행복해지길 바라요
제가 부르는 노래를 들으며 그리셨다는 달🌝
반드시 차오르고 마는 둥근 달처럼 모두가 행복해지길 바라요
엊그제는 비가 많이 내렸고 나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우산을 피지 않았습니다 내리는 비를 맞고 싶었습니다 내가 자라날 것만 같아서 그날 밤엔 언니에게 조심스레 꺼내놨던 이야기가 문득 기억났어요 언니, 나는 아주 옛날부터 나무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어 그 그늘에 작은 새와 차가운 버섯 그 누구든 와서 잠깐 쉬었다 가는, 나무가 그늘을 만들려 애쓰지 않듯 별은 보라고 반짝이지 않고 바다는 들으라고 파도치지 않으니까 그러니까 나도 그렇게 나는 나로 그저 있을 뿐인데 그게 그 사람에게 위로가 되고 사랑이 되길 바랐어 그렇게 오래오래 누군가 그래 넌 이미 그런 사람이야 말해줬으면 했던 거야 넌 나의 나무야, 라고
엊그제는 비가 많이 내렸고
나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우산을 피지 않았습니다
내리는 비를 맞고 싶었습니다
내가 자라날 것만 같아서
그날 밤엔 언니에게 조심스레 꺼내놨던 이야기가 문득 기억났어요
언니, 나는 아주 옛날부터 나무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어
그 그늘에 작은 새와 차가운 버섯
그 누구든 와서
잠깐 쉬었다 가는,
나무가 그늘을 만들려 애쓰지 않듯
별은 보라고 반짝이지 않고
바다는 들으라고 파도치지 않으니까
그러니까 나도 그렇게
나는 나로 그저 있을 뿐인데 그게 그 사람에게 위로가 되고 사랑이 되길 바랐어 그렇게 오래오래
누군가 그래 넌 이미 그런 사람이야 말해줬으면 했던 거야 넌 나의 나무야, 라고
날이 제법 더워지면 생각나는 때가 있다. 지금 손의 한 마디 정도로 작았을 때 나는 친아버지가 개조한 봉고차를 타고 어디든 다니곤 했다. 이리저리 얽힌 투망의 납들을 고사리손으로 풀다 보면 아버지는 나를 맑은 물소리가 들리는 곳에 데려다주었다. 내 머리칼보다 짙은 밤 다리에 스치던 젖은 버들의 감촉. 발가락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흙이 물살에 털어질 때의 간지러움. 아버지는 작은 나에게 커다란 후레쉬를 맡기고 나는 그것으로 아버지를 밝게 비추고 내가 아버지의 투망을 가득 채워줄 수 있던 시절이 있었다. 이렇게 날이 더워지면 나는 더운 아지랑이 속에서 아버지가 보인다. 사그락 사그락 짙은 오이 냄새와 함께 강가 돌무더기에 아무렇게나 앉아 은어 비늘을 벗기는 아버지가 그땐 무명 가수가 녹음한 트로트 메들리 테이프를 틀고 봉고차 냉각수를 단단히 채우면 파랗게 들어찬 은어가 몰려들었는데
날이 제법 더워지면 생각나는 때가 있다.
지금 손의 한 마디 정도로 작았을 때 나는 친아버지가 개조한 봉고차를 타고 어디든 다니곤 했다. 이리저리 얽힌 투망의 납들을 고사리손으로 풀다 보면 아버지는 나를 맑은 물소리가 들리는 곳에 데려다주었다.
내 머리칼보다 짙은 밤 다리에 스치던 젖은 버들의 감촉.
발가락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흙이 물살에 털어질 때의 간지러움.
아버지는 작은 나에게 커다란 후레쉬를 맡기고
나는 그것으로 아버지를 밝게 비추고
내가 아버지의 투망을 가득 채워줄 수 있던 시절이 있었다.
이렇게 날이 더워지면
나는 더운 아지랑이 속에서 아버지가 보인다.
사그락 사그락 짙은 오이 냄새와 함께
강가 돌무더기에 아무렇게나 앉아 은어 비늘을 벗기는 아버지가
그땐 무명 가수가 녹음한 트로트 메들리 테이프를 틀고
봉고차 냉각수를 단단히 채우면
파랗게 들어찬 은어가 몰려들었는데